[영화이야기] 인도영화를 만나다

Posted on

오늘날 인도 전역에는 1만 2천 개의 극장이 있으며 연간 800여 편의 영화가 제작된다. 인도에서 영화가 인기를 끌 수 있는 배경에는 낮은 TV 보급률과 더불어 영화를 통해 느낄 수 있는 대리 만족에 있다. 인도에서는 현재 영화가 TV의 오락적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인도인에게 영화는 가장 친숙하고 접하기 쉬운 대중 오락이다. 1896년 7월 7일 뭄바이(Mombai, 봄베이에서 명칭 변경)에서 최초로 영화가 등장했으나 인도인이 만든 최초의 인도 영화는 1913년 〈하리샨드라왕〉(King Harishchandra)이다. 1925년 히만수 라이(Himansu Rai) 감독이 무성 영화 시대의 가장 중요한 영화 중 하나인 〈아시아의 빛〉(The Light of Asia, 1925)을 발표했고 무성 영화 시대에만 연간 100여 편의 영화가 만들어졌다.

◇ 인도영화는 ‘춤’과 ‘노래’가 있다.

▲ 인도영화 <주바안>의 한 장면.

인도영화의 특징은 첫째, 거의 모든 영화에 춤과 노래가 등장한다. 이러한 인도영화의 특징에 대해 관객의 반응은 두 가지로 나뉜다. 춤과 노래가 스토리의 감정이입에 방해가 된다는 측과 비록 춤과 노래가 영화의 내용과 상관없이 등장하더라도 좋다는 평가로 나타난다. 필자의 의견은 이렇다. 춤과 노래는 사람의 감정을 표현하는 중요한 수단이기도 하고 몸의 연기로 보여주지 못하는 내면의 감정을 아름답게 표현해준다는 측면에서 오히려 영화의 흐름을 상승시켜주는 요소라고 보여진다. 또한 춤과 노래가 극의 흐름과 별개로 첨가되는 경우는 사실 그렇게 많지 않다.

인도의 영화배우들은 한결같이 모두 뛰어난 댄서이다. 인도 영화산업에 대한 다큐를 보면 연기 연습과 더불어 춤 연습에 매진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춤도 그냥 춤이 아니라 춤과 동시에 영화 속에서 연기해야 할 감정을 온 몸으로 표현해야하기 때문에 얼굴의 감정 표현까지 혹독하게 연습하는 장면들을 보면서 인도에서 영화배우를 하는 것은 다른 나라 배우들보다 훨씬 어렵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노력이 있기에 춤과 더불어 다양한 퍼포먼스를 영화에서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인도영화는 춤과 노래 뿐 아니라 한 장면을 연출할 때 마치 광고의 한 장면을 보듯 뛰어난 해상도와 슬로우 화면처리로 하나의 영화 안에 뮤지컬을 동시에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이런 성향을 포스트모더니즘적 시각에서 보면 기존의 영화라는 장르를 깨고 그 안에 다양한 장르를 섞은 또 다른 장르를 만들어 내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한다.

◇ 인도영화를 보면 잔잔한 ‘감동’과 따뜻한 ‘온기’를 느낀다.

인도영화는 주제가 가진 따뜻함과 긍정성에 항상 감동을 받는다. 할리우드 영화나 우리 영화는 너무 잔혹하고 폭력적인 장면들이 많다. 가정사나 연애에 대한 내용도 복잡하게 얽혀 답답한 느낌을 준다. 인도영화에도 액션영화가 있다. 인도의 액션영화는 가정의 소중함, 연인 간의 아름다운 사랑, 부모에 대한 공경 등이 중요 요소로 부각된다. 우리나라에는 거의 사라진 대가족 제도가 아직 남아있어서인지 가정의 따뜻한 관계 설정이나 가족 간의 끈끈한 관계 등이 많이 연출된다. 이런 점 때문인지 잔잔한 인도영화를 보고 나면 따뜻한 온기를 느낀다.

▲ 인도영화 <Devdas>의 한 장면.

◇ 인도영화는 심장이 멎을 듯 ‘에로틱’하다.

인도영화에서 키스 장면조차 볼 수가 없을 정도로 애정 표현이 메말라 있지만, 너무도 에로틱하다. 인도영화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에로틱한 분위기들이 많이 보여진다. 인도영화만의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와 간접적인 표현 방법들이 너무도 에로틱한 분위기를 연출해 내며 관객들에게 심장이 멎는 듯 강렬하게 다가온다. 그런 과정에서 사랑은 더욱더 소중하고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표현의 역설을 자유자재로 이용할 줄 아는 인도영화이다.

◇ 인도영화에는 항상 ‘비(雨)’가 내린다.

분위기가 바뀔 때마다 자주 등장하는 것이 바로 ‘비’다. 너무도 뜨거운 나라 인도. 인도는 몬순기간이라고 해서 6월부터 9월 중순까지 비가 집중적으로 쏟아진다. 우리나라 불교계에서도 하안거, 동안거라고 해서 스님들이 선방에서 참선하는 기간이 있다. 이 안거 역시 부처님께서 비가 오는 몬순기간 중 한 곳에 칩거하며 참선하던 것에서 유래된 것이다. 그만큼 인도의 몬순기에는 비가 세차게 내리는데 이런 일상의 일기와 경험들을 영화 속에서도 중요한 요소로 등장한다. 연인 간의 안타까운 장면이라든지, 가족 내에 어떤 문제가 발생한다든지, 어떤 일을 암시한다든지 그런 경우에 비가 중요한 매개체로 사용된다. 이러한 요소들은 아마도 인도가 가진 환경적 요소에서 기인하는 연출방법 중 하나이다. 어찌되었든 보는 내내 시원해서 좋기도 하고 인도 특유의 얇은 옷이 비에 젖었을 때 보여지는 에로틱함이 좋기도 하다.

◇인도영화는 허를 찌르는 ‘반전’이 있다.

인도영화의 유치함. 그러나 곧 허를 찌르는 따뜻함과 철학적 내용의 반전이 인도영화의 또 하나의 특징이다. 인도는 후진국이라는 편견 때문에 그들의 문화를 폄훼하는 경우가 많다. 인도영화를 마치 우리나라의 70년대 영화로 보는 시각이 있다. 물론 유치한 영화도 없지 않다. 그러나 영화의 한 편이 가진 작품성의 문제일 뿐 전체적인 문제는 아니다. 조금 낯간지러운 장면 뒤에는 방금 가졌던 감정을 상쇄시켜버리는 따뜻함과 깊은 내면의 감정을 볼 때면 모든 감정들이 완전 무장해제되는 듯 순간 녹아내린다. 다리에 힘이 풀리고 풀석 바닥에 주저앉게 만드는 것이 인도영화만의 연출기법이다.

사랑에 관한한 인도의 배우 샤룩칸의 연기는 단연 압권이다. 영화 Kabhi Alvida Na Kehna(Never say Goodbye)를 보면 더욱 그렇다.

▲ 인도영화 의 한 장면.

◇ 인도영화의 ‘런닝타임’은 길다.

인도영화의 런닝타임은 일반영화의 2배 이상으로 길다. 보통의 영화는 90분에서 길면 120분 정도이다. 인도영화는 최하 12분에서 200분 정도다. 그래서 인도영화는 중간에 ‘intermission’이 있어서 약 15-20분간의 휴식시간이 있고 극의 내용도 전반부가 주로 긴장감을 더해가는 내용이라면, 후반부는 극의 내용이 발전하다가 정리되어 가는 과정으로 다루어 진다.

◇ 인도영화는 화려한 ‘색채’가 있다.

이외에도 인도영화가 가진 공통점이 있다. 전체적으로 영화에서 보여지는 색감이 한결같이 뛰어나다. 그들의 환경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각양각색의 향신료가 가진 원색이라든지, 뛰어난 염료기술 등 그들의 환경에서 기인한 요소들이 영화라는 장르에도 그대로 반영되기 때문이다. 인도의 배경을 떠올려보면 대륙의 잿빛과 황토빛이었다면 여인들의 원색의 사리를 입고 오가는 모습들은 마치 다양한 원색의 색점이 점점이 잿빛 또는 황토빛 바탕 위에 떠다니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영화에서 역시 그런 화려한 색채들이 그대로 표현된 것이다.

또한 인도영화에 거의 등장하는 다양한 종교 역시 공통점 중 하나이다. 우리의 영화에도 불교, 가톨릭, 기독교 등이 등장하듯 인도영화에는 훨씬 더 많은 종교가 등장한다. 힌두교, 자이나교, 이슬람교, 시크교, 가톨릭, 불교 등의 의식과 복장, 그리고 유명한 사원들이 등장한다. 인도인은 우리보다 훨씬 더 강한 종교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내다 볼 수 있다.

인도영화가 가진 마력은 대단하다. 인도의 한 사회학자는 인도영화는 너무 아름답게 미화되어 현실을 은폐하는 측면이 있다고 비평하기도 한다. 그런 마약적 성향이 있다고 하더라도 인도영화는 마음이 울적할 때, 누가 싫어질 때, 화가 날 때 그들의 따뜻한 영화 한 편을 보고나면 마음 깊이 위로를 받게 된다. 이것이 진정한 카타르시스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