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영화에는 ‘중간휴식’ 시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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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극장에서 인도영화를 보기란 쉽지 않다. 국산영화와 할리우드 영화가 양분하는 극장가에서 가끔 중국영화나 세계 영화제에서 입상한 일부 일본영화는 관람할 수 있지만, 인도영화는 볼 기회가 희소하다. 1년에 1000편의 영화가 만들어지며 미국 할리우드보다 더 왕성한 창작활동을 벌여 ‘볼리우드(Bollywood)’라는 이름이 붙은 명성에 비하면 아쉬운 실정이다.

‘볼리우드’는 인도 영화의 중심지인 봄베이(현 몸바이)와 헐리우드를 합성한 말로 인도 영화계를 뜻하는 말이다. 할리우드보다 더 많은 영화를 생산해 내는 인도영화는 마살라영화(Masala Movie)라고도 한다. 마살라는 인도음식에서 빠질 수 없는 여러 가지 맛이 섞인 향신료로 코미디, 액션, 멜로, 노래, 춤 등 다양한 형식과 장르가 혼합된 전형적인 인도영화를 일컫는 말이다.

2010 인도영화제 ‘나마스떼, 볼리우드’ 현장. 표가 매진되어 대기하고 있는 관객들ⓒ 유태웅

기네스북에 등재된 ‘세계에서 가장 오랫동안 상영’된 인도영화의 저력

여건상 국내 상영관에서는 쉽게 볼 수 없었던 인도영화를 무료로 관람할 수 있는 2010 인도영화제 <나마스떼, 볼리우드>가 지난 1월 21일부터 24일까지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에서 개최되었다. 이번 영화제는 수많은 인도영화 중에서 특별히 엄선된 총 8편의 볼리우드 걸작들이 선보였다.

각 영화 상영시작 1시간 30분 전부터 관객들에게 선착순 무료로 배포된 150석 입장권은 대부분 배포시각 10여 분내에 매진되며 높은 호응을 보였다. 주최측에서도 예상하지 못한 반응이었다.

이번 인도영화제에서 소개된 작품들은 2010년 국내 개봉예정인 개막작 <옴 샨티 옴>을 비롯해 <둠2> <라게 라흐 문나바이> <라브네 바나 디 조디> <도스타나> <가지니> <비르 자르>였고, 폐막작은 <딜왈레 둘하니아 레 자엥게>였다.

특히 현재 인도의 대표 배우로 손꼽히는 샤룩 칸과 까졸이 열연한 <딜왈레 둘하니아 레 자엥게>(용감한 자가 신부를 데려가리)는 1995년 개봉 흥행에 성공한 이후 현재까지 계속 상영되고 있어, 기네스북에 ‘세계에서 가장 오랫동안 상영된 영화’로 등재된 진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영화다.

인도영화는 보통 2시간을 넘기는 분량이었다. 이번 영화제 마지막날 상영된 전형적인 로맨스영화 <비르 자르>는 상영시간이 무려 3시간 15분. 따라서 인도영화는 중간에 휴식시간(Intermission)이 별도로 있었다. 그러나 이번 영화제에서는 국내 극장가 분위기상 별도 휴식시간 없이 상영되었다.

2010 국내 개봉예정인 인도영화 <옴 샨티 옴>ⓒ 인도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직접 본 인도영화 세 편에 대한 감상평

영화제 첫 날 개막작으로 소개된 <옴 샨티 옴>(Om Shanti Om, 2007년작)은 인도영화판 <오페라의 유령>이다. 30년 전 죽음으로 끝난 단역배우와 톱배우의 이루어질 수 없는 비극적 사랑이 현재라는 시공간에서 다시 엮어지는 스토리. 인도영화 특유의 춤과 노래가 흥겹지만 탄탄한 드라마적 구성이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했다.

이 영화는 2007년 인도 개봉 당시 최고 흥행을 기록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단역배우와 톱배우, 프로듀서라는 주요 캐릭터에서 유추해 볼 수 있듯이 영화촬영소가 주 배경이다. 따라서 영화제 시상식과 파티장면에서 출연하는 31명에 달하는 인도 유명배우들의 까메오 출연은 이 영화의 보너스.

귀에 익숙하게 다가오는 극 중 노래와 춤들은 마치 한 편의 뮤지컬을 감상하는 듯한 착각에 빠져들게 했다. <옴 샨티 옴>은 올해 국내에서도 개봉할 예정이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을 떠올리게 하는 드라마적 구성은 기대해도 좋을 듯.

두 번째로 본 인도영화 <둠2> (Dhoom 2, 2006년작)는 최첨단 장비를 활용해 세계적으로 귀한 보물만 훔쳐내는 신출귀몰한 도둑 A. 이를 추적하는 강한 성격의 형사가 주요 캐릭터. 여기에 미모의 여도둑과 천방지축 동료형사가 출연하는 액션 스릴러 영화로 헐리우드영화 못지않은 화려한 추격장면과 도둑 A의 기발한 행적이 주요 볼거리였다.

현대적인 도시와 최첨단 장비가 어울린 영상미. 마치 뮤직비디오를 보는 듯한 감각적인 춤과 노래는 전통적인 인도영화에 이질적인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관객들에게도 신선한 충격이었을 것으로 보였다. 인도의 ‘마이클 잭슨’이라는 리틱로샨, 미스월드 출신의 아이슈와르야 라이 그리고 그녀를 ‘품절녀’로 만들어버리고 지난 2007년 그녀의 남편이 된 아비쉑 밧찬 등의 열연이 돋보이는 영화였다.

2010 인도영화제에서 상영된 <둠2> 엔딩ⓒ 유태웅

세 번째 인도영화는 페막작으로 감상한 영화 <딜왈레 둘하니아 레 자엥게>(Dilwale Dulhania Le Jayenge, 1995년작)로 우리말로 번역하면 ‘용감한 자가 신부를 데려가리’로 해석된다. 현재 인도영화계의 ‘황제’라는 샤룩 칸과 영화에서 그의 연인으로 자주 등장했던 배우 까졸의 젊은 시절 출세작이다. 지금도 인도에서는 꾸준히 상영되는 영화로 ‘세계에서 가장 오랫동안 상영되고 있는 영화’로 기네스북에 오른 영화다.

이 영화는 인도의 전통문화를 고수하려는 가부장적인 아버지와 영국에서 자란 현대적인 그의 딸과 연인 사이에 결혼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로맨스영화로 결혼과 관련된 인도 전통풍습을 엿볼 수 있는 영화였다. 가부장제도에서 남자를 위해 여자가 희생되었던 전통에 대한 갈등과 사랑에 대한 명제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즐거운 영화였다.

결국, 이번 영화제에서 감상한 세 편의 영화 중 <옴 샨티 옴>을 통해서는 현재 인도 배우들의 면면, <둠2>는 인도영화의 최첨단 제작기술과 현대적인 감각, <딜왈레 둘하니아 레 자엥게>를 통해서는 결혼에 관한 인도 전통 풍속을 각각 엿볼 수 있었다.

관객들이 반응이 좋았던 2010 인도영화제ⓒ 유태웅

오는 6월 서울에서 인도국제영화제 개최, 인도영화 붐이 오나?

이번 인도영화제에서 상영작 선정은 물론 영화상영의 기술적인 관리까지 맡아 행사를 치뤄낸 곳은 한국 인도영화 협회. <인도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www.indiamovie.kr)>을 10년 동안 이끌어온 정광현(아이디 한글로) 회장은 국내에서 인도영화에 관해서는 전문가로 통한다. 이번에 상영된 인도영화를 한글자막으로 번역해 소개하는 과정에서도 인도인들 특유의 행동양식 등 낯선 인도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정보를 고스란히 담아냈다.

오는 6월엔 서울에서 인도영화제 최대 축제 중 하나인 인도국제영화제(IIFA, International Indian Flim Academy Award 2010)가 개최될 예정이다. 이 행사는 매년 여러나라를 순회하며 개최되는데 올해는 한국에서 열리게 된 것. 이에 따라 아미타브 밧찬, 샤룩 칸을 비롯해 수 많은 인도 영화배우들이 대거 방한할 예정이다. 또다시 오는 6월 예정인 인도국제영화제를 통해 국내에도 인도영화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