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國記] 출연료 391억…‘억’ 소리 나는 인도 배우 몸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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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미타브 바찬 

인도 봄베이(현 뭄바이)의 한 빈민촌. 어린 나이의 자말은 나무 판자로 대충 가려 놓은 공중 화장실에서 대변을 보고 있었다. 그 때 바깥에서 큰 소동이 일었다. 헬리콥터가 공터에 착륙하고 마을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유명 영화배우 아미타브 바찬이 등장한 것이었다. 자말은 얼른 뛰쳐나가려고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형이 장난으로 화장실 문을 잠궈놓았기 때문이다. 다급해진 자말은 아래 쪽 변기통으로 뛰어내렸다. 온 몸에 오물을 뒤집어썼지만 자말은 마침내 바찬의 사인을 받아냈다.

■ 아미타브 바찬 1년 출연료 391억 원

2009년 아카데미상 8개 부문을 휩쓴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한 장면이다. 영화 속에서 뭄바이 빈민들을 들뜨게 한 바찬은 실제로 12억 인도인을 ‘들었다 놨다’ 하는 영화배우다. 올해 72세이니까 한국으로 따지만 신성일 급에 해당하는 원로 배우지만 여전히 현역이다. 거의 매일 신문과 방송의 연예면을 장식할 정도로 활동이 왕성하다. 지난 50여년 간 150편의 영화에서 주연을 맡았는데, 당분간 최고 스타 자리에서 내려올 기미는 없다.

이런 바찬이 미국 포브스紙에 등장했다. 세계의 돈 잘버는 영화배우 리스트에 오른 것이다. 그는 포브스가 뽑은 34명 중 7위에 올랐다. 2014년 6월 1일부터 올해 6월 1일까지 1년간의 영화 개런티와 각종 출연료를 종합한 결과였다. 바찬의 1년 출연료는 3천350만 달러, 약 391억원이었다. 인도의 대표 배우답게 몸값도 엄청나다는 게 확인됐다.

인도 배우

▲ 살만 칸 / 악셰이 쿠마르 

■ ‘최고 출연료’…미국 다음에 인도 배우들

리스트에는 다른 인도 배우들도 있었다. 인도 영화계의 악동 살만 칸(49) 역시 바찬과 같은 액수로 공동 7위에 올랐고, 또다른 슈퍼스타 악셰이 쿠마르(47)는 1년간 3천250만 달러, 약 379억 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탑 10에 인도 배우 3명이 들어간 건데, 10위권 밖의 배우들의 면면을 보면, 조니 뎁,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다니엘 크레이그, 휴 잭맨, 러셀 크로, 브래드 피트 등 세계적 스타들이 즐비하다.

이밖에 인도 최고 배우로 꼽히는 샤 룩 칸(49)은 약 303억원으로 18위, 신예 란비르 카푸르(32)는 175억원을 벌어 30위에 랭크됐다. 리스트에 인도 배우 5명이 포함됨으로써, 단일 국가로는 미국 배우 다음으로 많았다.

■ 인도 영화 1년에 1,600편 제작…세계 최대

국제적으로 그 위상이 확인된 인도 영화에 관해 좀 살펴보자.

먼저 인도 영화는 제작 편수로는 이미 헐리우드를 제치고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1년에 약 1,600편 정도가 쏟아진다. 이 가운데 힌디어로 제작된 영화를 흔히 볼리우드라고 한다. 힌디 영화산업의 중심지인 Bombay(현재 Mumbai)와 미국 Hollywood를 합성한 말이다.

그런데, 인도에서는 35개 안팎의 언어로 영화가 제작된다. 인도에서 사용되는 언어가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2012년 통계에 의하면, 그 해에 제작된 영화 1,600여 편 중 가장 많은 262편이 타밀어로 돼 있었다. 타밀어는 타밀나주 주를 중심으로 인도 남부 지역에서 주로 쓰이는 언어다. 그 다음이 텔루구어, 세번째가 힌디어로 제작된 볼리우드 영화였다. 볼리우드 영화가 워낙 흥행성이 높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볼리우드가 인도의 대표 영화가 됐다.

그렇다면 인도에는 몇 개의 언어가 있을까? 헌법에는 22개 언어가 공식 언어로 열거돼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많다. 주요 언어만 122개, 소수 언어까지 합치면 1,700~1,800개로 추산된다. 이렇게 언어가 다양하다보니 영화도 해당 지역 언어로 제작된다.

인도 영화 장면

■ 관객 27억 명…영화와 함께 울고 웃는 인도인들

인도 영화의 대표적 양식은 ‘맛살라 영화’다. 영화 중간 중간에 노래와 춤이 들어가 뮤지컬 영화와 비슷하다. 노래는 전문 가수가 부르고 배우는 입맛 벙긋하면 되지만 춤은 배우가 직접 추어야 한다. 그래서 인도 영화배우는 춤을 아주 잘 춘다.

오락거리가 별로 없는 인도인들에게 영화는 더할 나위 없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2010년 기준으로 극장을 찾은 관객이 27억 명이었다. 관객들은 주인공이 악당을 물리치는 장면에서는 박수치며 환호하고, 남녀간 애정 표현 장면에서는 휘파람을 불어댄다. 인도 영화관에는 흥겨운(?) 관람 문화가 여전히 살아 있다.

■ 볼리우드 영화 인기 해외로 확산

볼리우드 영화의 인기는 주변국에서도 대단하다. 적국인 파키스탄은 물론이고 방글라데시, 네팔, 스리랑카, 아프가니스탄까지, 남아시아권 국가들에서 즐겨본다. 우리나라의 경우, 인도 전통색이 강한 맛살라 영화는 접하기 어렵지만, 보편 정서에 부합하는 몇 몇 작품이 선보였다. ‘세 얼간이’, ‘내 이름은 칸’, ‘블랙’ 등이 최근 몇 년 사이 한국에서 개봉한 인도 영화다.

장년층 가운데는 초중학교 시절 단체관람으로 봤던 ‘신상’이라는 영화를 기억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 코끼리와의 우정을 그린 슬프면서 따뜻한 영화다. “찰 찰 찰 미리 사티~ 하 미리 사티~” 경쾌하게 흐르는 주제곡도 아련한 가락으로 남아 있을 지 모르겠다. 이 영화가 우리나라에 개봉한 첫 인도 영화였다.

인도 영화는 12억 인도인의 삶과 함께 하고 있다. 오물을 뒤집어쓴 채 아미타브 바찬의 사인을 받아낸 ‘슬럼독 미리어네어’의 자말은 인도인의 영화 사랑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이런 극성스런 영화 사랑이 인도의 거대한 영화 산업을 키우고 거부(巨富) 배우도 만들어낸다.

인도 영화 포스터